정년을 몇 달 앞두고 회사가 “촉탁으로 1년 더 하시죠”라고 제안해 옵니다. 반가운 제안이지만, 촉탁 계약은 정년 전 근로관계의 연장이 아니라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정하는 새 계약입니다. 임금, 연차, 퇴직금, 보험까지 전부 새 기준으로 움직이므로 서명 전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고 있어야 협의가 가능합니다.
촉탁계약직 재고용의 법적 구조
촉탁직은 정년으로 퇴직한 근로자를 다시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형태입니다. 정년 도달로 기존 근로관계는 일단 종료되고, 회사와 근로자가 새 근로계약을 맺어 근무를 이어갑니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하고 필요에 따라 갱신하며, 담당 업무·근로시간·임금을 계약서에 새로 정합니다. ‘같은 회사, 같은 자리’라도 법적으로는 다른 계약이라는 점이 이후 모든 쟁점의 출발점입니다.
2년 넘게 일해도 무기계약이 안 되는 이유
일반적인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나 기간제법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맺은 근로계약을 이 규정의 예외로 두고 있어, 정년 후 촉탁직은 2년을 넘겨 여러 해 1년 단위 계약을 반복해도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촉탁 계약을 매년 갱신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이것입니다.
갱신을 거절당하면 — 재고용 기대권
다만 회사가 갱신을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취업규칙·단체협약에 재고용 규정이 있거나, 일정 조건을 갖춘 정년퇴직자를 관행적으로 계속 재고용해 왔다면, 판례는 근로자에게 재고용(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대권이 인정되는데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부당해고와 같이 다툴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재고용 관행이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갱신해 왔는지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임금 협상과 회사 쪽 사정
촉탁 계약은 새 계약이므로 임금을 다시 정할 수 있고, 실무에서는 정년 전보다 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조정은 담당 직무와 근로조건을 고려한 합리적 범위여야 하고, 업무가 정년 전과 사실상 동일한데 임금만 크게 깎는 방식은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임금 구성(기본급·수당), 근로시간, 담당 업무를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이후 다툼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협상에는 회사 쪽 사정도 참고가 됩니다. 정년퇴직자를 계속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같은 정부 지원이 있어, 회사 입장에서도 재고용에 유인이 있습니다. 갱신 협의나 조건 협상에서 카드로 쓸 만한 배경입니다. 한편 노령연금을 받으면서 촉탁으로 근로소득이 생기면 연금 수급 개시 후 일정 기간은 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액이 감액될 수 있으므로, 국민연금공단에서 본인 기준을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퇴직금 — 정년에 한 번, 촉탁 종료에 또 한 번
정년에 도달하면 그때까지 근속에 대한 퇴직금이 정산·지급됩니다(퇴직 후 14일 이내 원칙 — 퇴직금 지급일 참고). 이후 촉탁직으로 1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촉탁 기간에 대한 퇴직금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즉 정년 전 근속과 촉탁 기간을 분리해 각각 계산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분리는 자동이 아닙니다. 고령자고용법 제21조 제2항은 당사자 간 합의로 종전 근로기간을 퇴직금·연차 계산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계약서에 계속근로기간을 새로 산정한다는 문구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문구 없이 공백 없이 이어 일했다면 종전 기간까지 합산될 수 있습니다. 촉탁 계약이 1년 미만에서 끝나면 그 기간의 법정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계약 기간을 정할 때 감안할 부분입니다.
연차휴가도 처음부터 다시 센다
계약서 합의로 근속을 새로 산정하기로 했다면 연차도 신입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계산됩니다. 촉탁 1년 차에는 1개월 개근 시 1일씩 연차가 발생하고, 1년을 채우면 15일 기준의 연차 체계로 넘어갑니다. 정년 전에 쌓아 둔 연차는 정년퇴직 시점에 수당으로 정산받아야 하며, 촉탁 계약으로 이월되지 않습니다.
4대보험 — 국민연금은 다르다
‘촉탁이어도 4대보험은 그대로’라고 알기 쉽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 건강보험·산재보험 — 연령과 무관하게 계속 적용됩니다.
- 국민연금 — 사업장가입 의무 대상은 60세 미만이므로, 60세 이상 촉탁 근로자는 의무가입 대상이 아닙니다. 더 내고 싶다면 본인이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고용보험 — 가입은 계속되지만, 65세 이후 새로 고용된 경우에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적용이 제외됩니다.
65세 경계 — 실업급여가 갈리는 지점
| 상황 | 실업급여 적용 |
|---|---|
| 65세 이전부터 같은 회사에서 계속 고용 → 촉탁으로 이어짐 | 적용 대상 |
| 65세 이후 다른 회사에 새로 취업 | 구직급여 적용 제외 |
정년(통상 60세) 후 촉탁으로 이어서 일하다 65세를 넘겨 그만두는 경우는 ‘계속 고용’에 해당해 수급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수급 요건과 일수는 정년퇴직 실업급여 글에서 확인하세요. 촉탁 종료 후 재취업하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자격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문제가 되는데,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함께 봐 두면 좋습니다.
근거 법령과 공식 안내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 국가법령정보센터
-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1조(정년퇴직자의 재고용) — 국가법령정보센터
- 사업장가입자 안내(가입 연령) — 국민연금공단
- 고용24(고용노동부) 누리집
촉탁 계약의 조건과 보험·연금 적용은 연령, 계약 시점, 회사 제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결정됩니다. 서명 전 관할 고용노동청(1350)·국민연금공단(1355) 또는 공인노무사에게 본인 조건을 확인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