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미리 받는 일을 중간정산이라고 합니다. 목돈이 필요할 때 떠올리게 되는데, 신청하기 전에 넘어야 할 문턱이 둘 있습니다. 아무 때나 되는 것이 아니고, 사유가 맞아도 회사가 안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턱을 넘어 받고 나면 근속이 0년으로 돌아갑니다. 세 가지 모두 법 조문에 그대로 있는 내용입니다.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 중간정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은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로 범위를 한정합니다. 그 사유를 정한 것이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입니다. 목록에 없는 사정은 아무리 급해도 중간정산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 사유 | 붙는 조건 |
|---|---|
|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 근로자 본인 명의로 사는 경우 |
| 주거 목적 전세금과 보증금 | 무주택자일 것. 하나의 사업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한정 |
| 6개월 이상 요양 | 본인, 배우자, 본인이나 배우자의 부양가족의 질병과 부상 의료비를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넘게 부담할 때 |
| 파산선고 | 신청일부터 거꾸로 5년 이내에 선고받았을 것 |
|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 같은 5년 기준. 신청 당시 결정의 효력이 진행 중이어야 함 |
| 임금피크제 | 정년 연장과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회사가 시행할 때 |
| 소정근로시간 단축 | 합의로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줄이고 그대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
| 법정 근로시간 단축 |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1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 퇴직금이 감소하는 경우 |
| 재난 피해 | 주거시설이 유실, 전파, 반파되거나, 배우자와 부양가족이 실종되거나, 근로자 본인이 15일 이상 입원해야 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 |
⚠ 흔히 섞어 생각하는 것 하나 — 회사가 휴업해서 월급이 30% 넘게 줄었을 때는 중간정산 사유가 아닙니다. 그 조건은 퇴직연금의 담보제공과 중도인출 쪽에만 있습니다. 아래 마지막 절에서 다시 봅니다.
회사가 거절해도 되는 이유 — 의무가 아닌 조문
여기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자리입니다. 법 제8조 제2항의 서술어는 지급할 수 있다입니다. 지급하여야 한다가 아닙니다.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즉 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신청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지, 회사가 응할 의무가 생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가 승낙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류를 다 모으기 전에 회사에 지급 여부부터 물어보는 편이 헛걸음을 줄입니다.
정산 뒤 새로 계산되는 계속근로기간
같은 조항의 뒷문장이 중간정산의 실제 대가를 정합니다. 미리 정산해 받고 나면 —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중간정산을 받으면 그 계산에 쓰는 기간이 정산한 날부터 0년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10년 일하고 중간정산을 받은 뒤 2년 더 일하고 퇴직하면, 마지막에 받는 퇴직금은 12년이 아니라 2년치입니다.
손해인지 아닌지는 평균임금이 앞으로 오를지에 따라 다릅니다.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계산하므로, 임금이 오를 사람은 나중에 한꺼번에 받는 쪽이 유리하고, 임금피크제처럼 앞으로 임금이 줄어들 사람은 미리 정산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임금피크제가 중간정산 사유에 들어 있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금액을 직접 넣어 비교하려면 퇴직금 계산기를 쓰시면 됩니다.
정산 뒤 1년을 못 채우고 퇴직해도 그 기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전체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남은 몇 달과 며칠에 대해서도 1년치 퇴직금에 비례해 받습니다. 마지막 퇴직금을 받는 기한과 늦었을 때의 지연이자는 퇴직금 지급기한 글에서 함께 봅니다.
사유별로 다른 신청 시기와 증빙
사유마다 낼 수 있는 기간이 따로 있습니다. 지나면 같은 사유로도 신청이 안 됩니다.
- 주택 구입 — 매매계약 체결일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 후 1개월 이내. 주민등록등본, 등기부등본, 재산세 과세(미과세) 증명서와 매매계약서류
- 전세금과 보증금 — 임대차계약 체결일부터 잔금 지급일 이후 1개월 이내
- 요양 — 요양 중이면 부담액이 기준을 넘은 때, 끝났으면 종료일부터 1개월 이내. 진단서나 장기요양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환자 인적사항과 질병번호가 보이는 영수증과 진료비 내역서
- 파산과 개인회생 — 결정을 받은 날부터 5년 이내. 법원의 파산선고문 또는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문
- 임금피크제 — 제도가 시작되는 날에 신청하는 것이 원칙. 취업규칙과 급여명세서로 회사가 확인하므로 신청서 말고 따로 낼 서류는 없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대목 몇 가지도 정리해 둡니다.
- 무주택은 근로자 본인 명의 기준입니다.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일 필요는 없고, 신청한 날에 무주택이면 됩니다. 예전에 집이 있었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배우자 단독명의로 사는 것은 안 되고 부부 공동명의는 됩니다.
- 전세는 월세보증금도 포함됩니다. 계약기간만 늘리는 단순 연장은 안 되고, 보증금을 올려 새로 계약하면 됩니다. 같은 세대로 확인되면 세대원 명의 계약도 가능합니다.
- 요양에는 통원치료와 약물치료 기간도 들어갑니다. 기준이 되는 연간 임금총액은 직전년도 금액입니다.
- 개인회생은 폐지나 면책 결정이 나면 더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중간정산과 중도인출의 차이
이름이 비슷해 섞이지만 적용되는 제도가 다릅니다.
| 중간정산 | 중도인출 | |
|---|---|---|
| 대상 | 퇴직금제도 |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
| 근거 | 법 제8조 제2항, 시행령 제3조 | 법 제22조, 시행령 제14조 |
사유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같지 않습니다. 중도인출에는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위한 경우가 들어 있고, 여기에는 휴업으로 임금이 줄어 3개월 이상 연체가 생긴 상황이 조건으로 있습니다. 앞에서 짚은 휴업으로 월급 30% 이상 감소는 퇴직연금 담보제공 쪽 사유이고, 담보제공에는 대학등록금, 혼례비, 장례비도 들어갑니다. 내 회사가 퇴직금제도인지 퇴직연금제도인지부터 확인해야 어느 목록을 볼지 정해집니다.
지금 확인할 것
- 내 사정이 위 표의 사유 어느 줄에 해당하는지 짚어 봤는가
- 해당한다면 신청할 수 있는 기간 안에 있는가(대부분 1개월, 파산과 개인회생은 5년)
- 서류를 모으기 전에 회사에 지급 여부를 먼저 물었는가 — 회사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 정산 뒤 근속이 0년으로 돌아가는 것을 감안해도 지금 받는 편이 나은지 따져 봤는가
- 앞으로 임금이 오를 사람인지 줄어들 사람인지 —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으로 계산됩니다
- 우리 회사가 퇴직금제도인지 퇴직연금(DC)인지 확인했는가 — 볼 목록이 다릅니다
확인에 사용한 공식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제8조 제1항 30일분 이상 평균임금, 제2항 전단 지급할 수 있다와 후단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이 글에 옮긴 조문은 [시행 2026. 9. 18.] [법률 제21475호] 판본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퇴직금 중간정산(시행령 제3조 제1항의 사유 목록, 사유별 신청 시기와 증빙, 무주택, 전세, 요양, 파산, 개인회생의 판단 기준)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퇴직연금 담보제공과 중도인출(중도인출과 담보제공의 근거 조문과 사유 차이, 휴업에 따른 임금 감소 조건)
- 고용노동부 — 퇴직급여제도 매뉴얼(사유별 세부 판단 기준과 첨부서류)
사유 목록과 요건은 법제처와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풀어 안내한 내용을 따랐고, 법률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2026년 9월 13일 기준이며, 회사 규정이나 퇴직연금 규약에 따라 절차가 더 있을 수 있으므로 신청 전에 회사 담당 부서에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