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말서를 쓰라는 말을 들으면 두 가지 고민이 동시에 옵니다. 뭐라고 쓰지, 그리고 쓰면 나중에 불리해지지 않을까. 답은 둘 다 같은 곳에 있습니다 — 사실·원인·대책이라는 세 축으로 담백하게 쓰고, 책임 범위를 스스로 넓히는 문장만 피하면 됩니다. 항목과 예문, 제출 전 점검까지 실무 순서로 정리합니다.

경위서와 무엇이 다른가

시말서는 업무상 잘못·사고의 경위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문서이고, 경위서(사유서)는 사실관계만 서술하는 보고 문서입니다. 회사마다 명칭을 혼용하므로, 요구받은 문서가 ‘사실 보고’인지 ‘재발 방지 서약’까지 포함하는지 먼저 확인하면 작성 방향이 정해집니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사안이라면 경위서 형식(사실만 기재)이 본인에게 안전합니다.

들어가는 항목

항목 내용
인적사항 소속 부서, 직위, 성명
일시·장소 사건이 발생한 날짜·시간과 장소
경위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육하원칙으로 서술
원인 발생 원인(절차 미준수, 확인 누락, 시스템 문제 등)
대책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서약·마무리 재발 방지 다짐, 작성 날짜, 서명

항목별 예문 — 이렇게 쓰면 된다

경위 — 시간 순서대로, 추측 없이 사실만.

  • “2026년 8월 12일(수) 14시경, 출고 검수 과정에서 수량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포장을 진행했고, 그 결과 거래처에 주문 수량과 다른 물량이 발송되었습니다.”

원인 — ‘부주의했다’ 같은 뭉뚱그림 대신 원인을 특정.

  • “월말 물량 급증으로 서두르는 과정에서 2인 교차 검수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대책 — 실행 가능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 “향후 출고 전 검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서명 후 출고하고, 물량이 몰리는 시기에는 사전에 팀장에게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이 세 문장 구조에 인적사항과 날짜·서명을 붙이면 한 장짜리 시말서의 골격이 완성됩니다. 분량은 한 장 내외가 적당하고, 변명이 길어지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상황별 톤 조절

  • 단순 실수 — 사실과 대책 중심으로 담백하게. 과도한 자책 없이 재발 방지의 실행 계획에 무게를 둡니다.
  • 규정 위반이 명확한 경우 — 인정할 사실의 범위를 명확히 하되, 불가피했던 사정(인력 공백, 긴급 지시 등)이 있었다면 변명이 아니라 ‘사실’로 함께 기재합니다.
  •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경우 — 인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인정하는 문구를 넣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실만 적고, 다툼이 있는 부분은 “~로 파악하고 있습니다”처럼 본인이 아는 범위로 한정해 서술합니다.

쓰지 말아야 할 문장

시말서의 핵심은 사실관계와 재발 방지 계획입니다.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처럼 책임 범위를 스스로 넓히는 표현은 이후 징계나 분쟁에서 불리하게 인용될 수 있으므로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정하는 문구가 섞여 있지 않은지도 제출 전에 반드시 확인하세요.

제출을 거부할 수 있나

취업규칙 등에 근거가 있다면 경위 보고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당한 업무상 지시로 인정될 수 있고, 정당한 지시를 반복해 거부하면 별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단순한 경위 보고를 넘어 반성과 사죄를 강제하는 시말서 명령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제출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사실관계 중심의 경위서 형식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근로기준법 제93조 원문 확인하기 ↗

시말서와 징계의 관계

  • 시말서 제출 요구가 곧 징계는 아니지만, 회사에 따라 견책(시말서 제출)을 취업규칙상 징계의 한 종류로 정해 두기도 합니다.
  • 시말서가 누적되면 인사평가나 이후 징계 수위 판단의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 징계로 이어지더라도 해고 같은 중징계에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해고예고수당 기준을, 회사가 사직을 권하는 분위기라면 권고사직위로금 글의 체크리스트를 먼저 확인하세요.

제출 전 최종 점검

  • 날짜·시간·수량 등 수치가 실제 기록과 일치하는가
  • 사실과 추측이 구분되어 있는가(추측은 ‘~로 파악’으로 한정)
  • 책임 범위를 넓히거나 사실과 다른 것을 인정하는 문구는 없는가
  • 요구받은 문서 명칭(시말서/경위서)과 형식이 일치하는가
  • 제출 전 사본(사진)을 남겼는가

이 글의 근거

징계·분쟁 국면에서는 회사 취업규칙과 개별 사정이 판단을 좌우합니다. 대응이 어려운 사안이면 고용노동부 상담(국번 없이 1350)이나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