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어느 날, 인사팀에서 메일이 옵니다. “미사용 연차가 9일 남았습니다. 10일 안에 사용 계획을 제출해 주세요.”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이 메일은 법적으로 꽤 무거운 문서입니다. 회사가 연차 사용촉진 절차를 시작했다는 뜻이고,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연말에 받을 수도 있었던 미사용 연차수당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통보가 바꾸는 것 — 수당 지급 의무의 소멸
원래 쓰지 못한 연차는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보상받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1조는 회사가 정해진 절차로 연차 사용을 독려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은 경우, 회사의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해 줍니다. 즉 사용촉진은 ‘연차를 쓰게 하는 제도’인 동시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당 청구권이 걸린 절차’입니다. 관건은 회사가 절차를 법대로 지켰는지입니다.
적법한 촉진의 타임라인 — 두 단계 모두 서면으로
| 단계 | 시점 | 내용 |
|---|---|---|
| 1차 촉구 (회사) | 사용 기간 만료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 | 근로자별 잔여 연차 일수를 알리고, 사용 시기를 정해 통보하라고 서면 촉구 |
| 시기 지정 (근로자) | 촉구받은 날부터 10일 이내 | 남은 연차의 사용 시기를 정해 회사에 통보 |
| 2차 지정 (회사) | 사용 기간 만료 2개월 전까지 | 근로자가 지정하지 않은 연차의 사용 시기를 회사가 정해 서면 통보 |
1월 1일~12월 31일이 사용 기간인 회사라면 1차 촉구는 7월 1일~10일, 2차 지정은 10월 31일까지가 됩니다. 두 단계가 모두 이뤄져야 하고, 하나라도 빠지거나 시기를 어기면 촉진은 효력이 없습니다.
통보를 받은 근로자의 선택지
- 10일 안에 직접 시기를 지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침묵하면 회사가 시기를 정해버리고, 그 날짜가 내 사정과 맞지 않아도 지정 자체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 연차를 다 쓸 생각이 없더라도 일단 계획을 내는 편이 낫습니다. 계획 제출 후 업무 사정으로 못 쓰게 되는 상황은 아래 ‘수당이 살아남는 경우’와 연결됩니다.
- 통보 문서(메일 포함)는 날짜가 보이게 보관하세요. 나중에 절차 적법성을 따질 유일한 증거입니다.
연차수당 계산기로 바로 계산하기 →근로기준법 제61조 원문 확인하기 ↗
수당이 살아남는 네 가지 경우
- 서면이 아니었다 — 구두 공지, 사내 게시판 일괄 공고, 회람만으로는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봅니다. 다만 대법원이 해고 서면통지에 관해 근로자가 수신해 내용을 알 수 있는 이메일은 서면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법리(2015두41401)가 있고, 고용노동부도 전자결재 체계로 근로자 개인별 촉구·통보가 명확히 이뤄지면 서면으로 인정하므로, 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효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일수·시기가 특정되지 않았다 — ‘연차 빨리 쓰세요’ 같은 안내가 아니라 근로자별 잔여 일수를 특정해 촉구해야 합니다.
- 타임라인을 어겼다 — 6개월 전 기준 10일의 촉구 기간, 2개월 전까지의 지정 기한을 벗어난 촉진은 효력이 없습니다.
- 지정 휴가일에 출근했는데 회사가 일을 받았다 — 대법원(2020. 2. 27. 선고 2019다279283)은 회사가 출근 사실을 알고도 노무 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거나 업무 지시를 했다면 그 연차는 사용된 것이 아니어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휴가일에 나와 일했고 회사가 막지 않았다면, 촉진이 있었어도 수당 청구가 가능합니다.
입사 1년 미만이라면 — 별도의 짧은 타임라인
1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월 개근마다 1일, 최대 11일)에도 촉진 특례가 있습니다. 회사는 입사 후 1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촉구하고(촉구 이후에 새로 생긴 연차는 1개월 전 기준 5일 이내), 근로자가 지정하지 않으면 각각 1년이 끝나기 1개월 전 / 10일 전까지 회사가 시기를 지정해야 합니다. 신입이라 어수선한 시기에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메일함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제부터 다릅니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차 유급휴가 규정(제60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사용촉진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정 연차·연차수당이 없는 대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으로 휴가를 약정했다면 그 약정 내용이 기준이 됩니다. 내 사업장이 어느 쪽인지가 이 글 전체의 출발 조건입니다. 참고로 5인 미만이어도 주휴수당은 적용됩니다.
연말 전 실무 체크리스트
- 받은 촉구·지정 통보의 날짜와 형식(서면/메일) 확인 후 보관
- 잔여 일수가 실제와 맞는지 대조(내 발생 연차 기준)
- 10일 기한 안에 사용 계획 제출 — 제출 기록 남기기
- 지정 휴가일에 출근하게 됐다면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기록
- 절차 하자가 보이면 미사용분 수당을 청구 — 예상 금액은 연차수당 계산기로 확인
이 글의 근거
촉진 절차의 적법성은 통보 방식과 날짜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이 달라지는 영역입니다. 분쟁이 예상되면 통보 문서를 갖춰 고용노동부 상담(1350)이나 노무사 검토를 받아 보세요.